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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번역 기술로 성장한 딥엘(DeepL)은 범용 AI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딥엘의 CTO 세바스찬 엔더라인은 21일 한국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자사의 차별화 전략과 음성 번역 솔루션 ‘딥엘 보이스(DeepL Voice)’를 중심으로 언어 AI 분야에서의 기술력과 시장 접근 방식을 공유했다.

딥엘은 일반 소비자를 위한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최근에는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AI 언어 솔루션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음성 번역 서비스 확장을 공식 발표하며 ‘딥엘 번역’, ‘딥엘 라이터(작문)’, ‘딥엘 보이스’를 아우르는 종합 언어 솔루션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현재 전 세계 20만 개 이상의 기업 및 공공기관이 딥엘을 사용 중이며, 니케이, 히타치, 젠데스크 등이 대표 고객이다. 국내에서는 법무법인 세종이 고객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간담회에서 특히 강조된 기술은 음성 번역 기능이다. 딥엘 보이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화상회의 중 자막을 제공하는 ‘딥엘 보이스 포 미팅(DeepL Voice for Meetings)’, 다른 하나는 일대일 대화를 실시간으로 번역해주는 ‘딥엘 보이스 포 컨버세이션(DeepL Voice for Conversations)’이다.

이번에 업그레이드된 딥엘 보이스는 35개 언어를 지원하며, 화상회의 플랫폼도 기존 마이크로소프트 팀즈에 이어 줌까지 확대되었다.

엔더라인 CTO는 딥엘의 기술력이 어떤 AI 기업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며, 그 근거로 고품질 음성 번역 기술을 제시했다. 그는 “음성 번역은 기존 텍스트 번역이나 작문보다 훨씬 복잡한 기술적 과제를 안고 있다”며 “특히 빠른 응답 속도와 번역 대상 언어의 문법 구조를 실시간으로 이해하는 능력이 동시에 요구된다”고 말했다. 문장이 도치되거나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의미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단어 하나하나가 실시간으로 맥락 속에 해석되어야 하며, 이는 단순한 문자 번역과는 전혀 다른 수준의 난이도라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음성 번역 기술의 주요 과제로 ‘플리커링(flickering)’ 현상을 줄이는 것을 꼽았다. 이는 실시간 자막에서 번역 문장이 계속 수정되며 사용자 경험을 저해하는 현상으로, 딥엘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번역을 언제 보여줄지, 얼마나 기다려야 문맥이 명확해지는지를 판단하는 알고리즘을 따로 설계했다. 엔더라인은 “빠르게 보여줄지, 더 정확하게 보여줄지를 끊임없이 판단해야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며 “실시간 번역은 사실상 수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품질이 정말 중요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최근 번역은 수많은 AI 기업들이 핵심 사용 사례로 강조하는 분야다.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엔더라인은 딥엘이 오픈AI나 앤트로픽처럼 범용 AI를 지향하는 기업들과는 다른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현재 나온 AI 기술들도 훌륭하지만, 딥엘은 오직 언어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라며 “언어학자, 테스터, 연구개발 인력을 별도로 운영하며 언어 AI 고도화에 전념하고 있다”라고 차별점을 강조했다.

그는 딥엘의 또 하나의 차별점으로 ‘편의성’을 꼽았다. 대부분의 범용 AI가 프롬프트 기반으로 작동하고, 일정 수준의 기술 지식이 있어야 도입이 가능한 반면, 딥엘은 솔루션 형태로 바로 사용할 수 있어 실용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갖췄다는 것이다. 엔더라인은 “기업과 개인 고객을 위한 맞춤화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사용자가 별다른 기술 지식 없이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엔더라인은 “딥엘은 언어 전문가들이 이미 사용 중인 번역 관리 시스템이나 콘텐츠 제작 도구 등과 자연스럽게 통합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라며 “프롬프트 기반보다는 백엔드, 즉 내부 시스템에 매끄럽게 녹아드는 방식으로 구현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jihyun.lee@foundryco.com